
평화의 시작 : 전쟁을 막기 위한 경제 통합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지역 통합체로 평가받는 유럽연합(EU)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그 시작은 우리가 흔히 아는 경제적 이유보다는, 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깊은 염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950년, 프랑스의 주도 아래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가 창설되었습니다. 이는 전쟁의 핵심 자원인 독일 루르 지역의 석탄과 철강을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으로 관리함으로써, 다시는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이렇듯 EU의 근본적인 목표는 경제 협력을 통해 정치적 통합을 이루고, 궁극적으로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공로를 인정받아 EU는 2012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EU는 27개의 회원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단일 시장'입니다. 단일 시장은 회원국 간 상품, 서비스,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며, 국경을 넘는 거래에 세관 장벽을 두지 않습니다. 또한 27개 회원국 중 20개국이 공동 화폐인 유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국의 경제력을 상징하는 화폐를 포기하는 역사적인 결단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은 경제 대국으로서 그 상징이었던 마르크화를 포기하고 유로를 채택함으로써 유럽 통합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렇듯 EU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평화와 공동 번영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거대한 실험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존의 방정식 : 국가 간의 이익 교환
EU는 회원국 간의 다양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EU 경제의 약 20%를 차지하는 최대 경제국이자, EU 예산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는 순 기여국입니다. 하지만 독일은 이러한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는 대신, EU라는 거대한 단일 시장에서 자국의 제조업 수출품을 판매함으로써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반면, 폴란드와 같이 상대적으로 경제 발전이 덜 된 국가들은 EU 예산에 적게 기여하지만, 공동 예산으로부터 대규모 재정 지원을 받아 자국의 농업과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이처럼 EU는 기여와 수혜의 균형을 통해 모든 회원국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균형에 도전하는 위기들이 닥치고 있습니다. 2023년과 2024년 독일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중단과 디지털 전환의 지연으로 인해 역성장을 경험했습니다. 이는 독일 경제뿐만 아니라 EU 전체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슈바르체 눌(Schwarze Null)'이라는 균형 재정 원칙을 완화하고, 1조 유로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계획입니다. 이 투자는 인프라와 국방 분야에 집중될 예정이며, 독일 경제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의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독일의 성장은 2025년부터 다시 플러스로 전환되고, 2026년부터는 1%대의 안정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유로존 전체의 경제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브렉시트가 남긴 교훈과 EU의 미래
EU의 통합 과정에는 언제나 난관이 있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입니다. 영국은 주권 회복과 이민 문제에 대한 우려로 EU를 탈퇴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영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 영국의 경제 성장률은 EU보다 1.8%포인트나 뒤처졌으며, 인플레이션 심화, 보건 분야 등에서 심각한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16,000개가 넘는 중소기업들이 EU 수출을 포기할 만큼 행정적 부담이 가중되었습니다. 심지어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의 부정적 결과에 대해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공식 보고서까지 나왔습니다. EU가 여전히 영국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인 만큼, 영국은 중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브렉시트는 통합을 거부한 국가의 미래가 어떻게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유럽 통합의 흐름은 계속될 것입니다. EU는 앞으로 우크라이나와 발칸 국가들을 포함해 30개국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일부 국가들의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EU가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모든 회원국에 이익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EU는 '그린 딜'을 통해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AI와 같은 신기술을 규제하며 전 세계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EU는 과거의 교훈을 바탕으로 평화를 지켜내고, 다가오는 시대의 도전에 맞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