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주식 감축, 새로운 변화의 신호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오랜 기간 최대 보유 종목이었던 애플(Apple) 주식을 상당량 매각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버핏은 2016년부터 꾸준히 애플 주식을 매입해왔으며, 이는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해왔습니다. 특히 2022년 말에는 버크셔의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의 약 40%를 애플이 차지할 정도로 집중 투자가 이루어졌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애플의 성장 둔화와 중국 시장에서의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버핏은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2024년 1분기에만 약 300억 달러 규모의 애플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이익 실현을 넘어 시장 변화에 대한 버핏의 신중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와 혁신 속도의 둔화, 그리고 애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AI 부문에서의 경쟁 심화가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2024년 5월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애플은 여전히 훌륭한 기업이지만, 모든 훌륭한 기업이 훌륭한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습니다. 또한 버핏은 애플의 CEO인 팀 쿡을 여전히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이번 매각이 회사에 대한 신뢰 하락이 아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일환임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애플 주식 감축은 버핏이 자신의 투자 원칙인 "이해할 수 없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실천하면서도,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종합상사 투자 확대, 동양으로의 시선
워렌 버핏은 지난 1년간 일본 시장에 대한 투자를 눈에 띄게 확대했습니다. 특히 이토추,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마루베니 등 5대 일본 종합상사에 대한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이 투자는 초기 5% 지분에서 2024년에는 각 회사별로 8~9%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총 투자 규모는 약 150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버핏은 일본 기업들의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가치에 주목했으며, 엔화 약세 상황에서도 장기적 가치에 베팅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특히 일본 종합상사들이 보유한 다양한 자산과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그리고 안정적인 배당정책이 버핏의 투자 철학과 일치한다는 점이 주요 결정 요인이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버핏이 일본 투자를 확대하는 동안 엔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통화 가치 회복과 일본 기업들의 본질적 가치에 집중했다는 것입니다. 2024년 4월 버핏은 도쿄를 방문하여 5대 종합상사 CEO들과 직접 만남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일본 기업들의 경영 철학과 장기적 비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그는 "미국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향후에도 일본 시장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이러한 일본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버핏의 전통적인 가치투자 철학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미국 시장에 집중되어 있던 포트폴리오를 글로벌하게 다각화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현금 보유 증가, 위기를 기회로
2023년 말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 보유량은 역대 최고 수준인 약 1,500억 달러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보유했던 최대 현금 규모의 약 3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버핏이 현재의 높은 시장 밸류에이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투자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은 시장이 과열되었다고 판단할 때 투자를 자제하고 현금을 모으는 전략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2024년 초반 미국 주식시장의 사상 최고치 기록과 AI 관련 기업들의 고평가에 대해 버핏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는 2024년 2월 발표한 주주서한에서 "현재 시장은 1999년 닷컴 버블과 유사한 측면이 있으며, 합리적인 가격의 매력적인 기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적절한 투자 기회가 올 때까지 인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버핏의 오랜 동료인 찰리 멍거가 2023년 말 별세하기 전 남긴 마지막 조언도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라"는 것이었다고 알려져, 이러한 전략이 버크셔의 핵심 투자 철학과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버핏은 높은 금리 환경에서 단기 국채와 같은 안전 자산에 일부 자금을 배분하여 현금 자산의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2024년 5월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우리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100년 후에도 버크셔가 번창하기를 바란다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올바른 가치에 투자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현금 확보 전략은 경기 침체나 시장 조정기에 대비한 준비이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 기회를 위한 '전쟁 자금'으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버핏은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기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같은 기업에 과감히 투자해 큰 수익을 올린 바 있어, 많은 투자자들이 그의 이러한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