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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기업의 생존과 국가 경쟁력을 위한 필수 과제 : 상속세 완화에 대하여

by Factory Boss 2025. 3. 20.

중소·중견기업의 생존과 국가 경쟁력을 위한 필수 과제 : 상속세 완화에 대하여

가업 승계의 비극 : 상속세로 무너지는 국내 강소기업들

대한민국의 현행 상속세 제도는 최고 세율 50%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중과세 체계로, 많은 중소·중견기업의 가업 승계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1978년 설립된 락앤락은 한때 '밀폐 용기의 대명사'로 불리며 국내는 물론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해외 시장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2004년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 창업주 김준일 회장이 4000억원이 넘는 상속세 부담으로 회사를 홍콩계 사모펀드에 매각한 후, 락앤락은 급격한 하락세를 경험했습니다. 사모펀드는 단기 수익성만을 추구하며 한국 공장은 물론 해외 공장도 대부분 매각하고 생산을 중국 기업에 위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품질 하락에 실망하여 외면했고, 2021년 5430억원이었던 매출은 3년 만에 38%나 감소했으며, 2023년부터는 적자를 기록하다 결국 상장폐지까지 이르렀습니다.

세계 1위 손톱깎이 생산 업체였던 쓰리세븐(777)과 국내 최대 가구·인테리어 업체 한샘, 세계 1위 콘돔 생산 업체였던 유니더스 등도 상속세 문제로 경영권이 외부로 넘어간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들 기업은 각각 33년간 적자를 내지 않았던 강소기업, 국내 최대 가구 업체, 세계 1위 콘돔 생산 업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창업주 사망 이후 150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사모펀드나 다른 기업에 매각되었고, 이 과정에서 기업의 정체성과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인의 42.2%가 "상속세 문제 등을 이유로 가업 승계를 하지 않고 매각이나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국내 기술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절반가량이 상속세로 인해 존폐의 기로에 서 있음을 의미합니다.

글로벌 추세와 동떨어진 한국의 상속세 제도

한국의 상속세 제도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은 세율과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OECD 38개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는 호주, 캐나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10개국에 달하며, 상속세를 부과하더라도 배우자와 직계가족에게는 대폭 면제하거나 세율을 낮추는 국가가 대부분입니다. 미국의 경우 상속세 기본공제액이 약 128억원(1,300만 달러)에 달하며, 일본은 기초공제 6,000만엔과 법정상속인 1인당 1,200만엔의 공제를 제공합니다. 반면 한국은 기본공제액이 고작 5억원에 불과하며,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있지만 적용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낮습니다.

상속세의 과도한 부담은 단순히 개인의 재산권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의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가업 승계가 어려워지면 창업주가 일궈온 기술력과 노하우, 해외 시장 네트워크가 단절되며, 이는 결국 국가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집니다. 현재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상속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추세에 있으며, 특히 기업 승계에 관해서는 대폭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가업승계 시 기업 자산에 대해 최대 100% 면제가 가능하며, 일본도 상속세 납부 유예 및 분할 납부 제도를 통해 기업의 원활한 승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추세와 달리, 한국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을 유지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상속세 제도 개선을 통한 중소·중견기업 보호 방안

상속세 제도 개선은 단순히 부의 대물림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핵심 자산인 중소·중견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와 기술력을 지키는 데 필수적입니다. 먼저,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적용 요건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행 제도는 기업 규모, 사업 영위 기간, 상속 후 유지 기간 등에 까다로운 조건을 부과하고 있어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렵습니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까지 포함하여 공제 한도를 상향하고, 기존 10년간 고용 유지 조건을 7년 또는 5년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둘째, 상속세 납부 방식의 유연화가 필요합니다. 현재는 상속세를 일시에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의 유동성을 급격히 악화시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식 물납 제도를 확대하고, 분할 납부 기간을 현행 최대 5년에서 10년 이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합니다. 또한 기업의 영업용 자산에 대해서는 상속세 납부를 유예하거나 경감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기업의 생산 활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기본공제액을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행 5억원의 기본공제액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할 때 너무 낮은 수준입니다. 이를 최소 10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물가상승률에 연동하여 자동 조정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또한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30-40% 수준으로 낮추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넷째,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과세 완화가 필요합니다. 현재는 지분 상속 시 경영권 프리미엄이 가산되어 상속세 부담이 더욱 커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가업 승계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따라서 가업 승계 목적의 지분 상속에 대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 가산을 최소화하거나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상속세 완화는 단순한 재벌 특혜가 아닌 국가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적인 정책입니다. 중소·중견기업의 가업 승계가 원활히 이루어질 때, 기업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계승되고 고용이 안정화되며, 궁극적으로는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해집니다. 지금이야말로 락앤락, 쓰리세븐, 한샘과 같은 국내 강소기업들의 비극적 사례를 교훈 삼아, 상속세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선할 때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소·중견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