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연금의 배신? 감사원 지적에 담긴 불편한 진실
주택연금의 구조와 감사원의 '과다 징수' 지적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노년층의 안정적인 주거와 소득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서고 은행이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는 가입자가 사망 후 주택을 처분하여 연금 지급액과 대출 이자를 상환하는 구조입니다. 즉, 주택금융공사는 가입자가 집값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을 경우 발생하는 손실 리스크를 부담하며, 이를 위해 가입자에게 보증료를 부과합니다.
최근 감사원은 주택연금이 '수지 상등의 원칙'에 맞지 않게 보증료를 과도하게 징수했으며, 이는 연금 가입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2024년까지 해지된 주택연금 약 2만 8천 건을 분석한 결과, 주택 처분액이 주택금융공사가 대신 갚아준 연금 및 대출 이자액보다 오히려 많아 1,800억 원의 보증료 수익이 남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주택금융공사가 연금 지급에 따른 손실을 충당하고도 남을 만큼 보증료를 높게 책정했다는 의미입니다. 주택금융공사 측은 평균 가입 기간이 짧고, 최근 10년간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여 주택 처분 시 손실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러한 수익 발생 자체가 보증료율이 적정 수준보다 높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판단하며, 보증료 인하를 권고했습니다.
형평성 논란과 주택가격 산정 방식의 문제
감사원의 또 다른 지적은 주택연금 보증료 부과 방식의 형평성 문제였습니다. 현행 주택연금 초기 보증료는 주택 가격의 1.5%를 일괄적으로 부과하는데, 이는 주택 가격과 가입 연령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총 대출 한도가 유사한 경우, 오히려 비싼 주택을 담보로 맡긴 사람이 더 많은 보증료를 내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5억 원짜리 주택을 맡긴 가입자와 9억 5천만 원짜리 주택을 맡긴 가입자가 비슷한 대출 한도를 받더라도, 후자가 더 많은 보증료를 부담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는 리스크를 담보 주택의 가치와 연금 지급액에 비례하여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주택 가격에 비례하여 초기 보증료를 부과하는 방식 때문에 발생합니다. 감사원은 이러한 방식이 불합리하며, 실제 대출받은 금액에 비례하여 보증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주택연금의 월 지급액을 산정할 때 활용하는 미래 주택 가격 상승률 전망치에도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주택금융공사가 과거 주택 가격 지수(부동산원, KB국민은행)를 참고하여 미래 상승률을 낮게 전망했고, 그에 맞춰 월 지급액을 보수적으로 책정했다는 지적입니다. 감사원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한 주택 가격 지수를 활용하면 주택 가격 상승률이 더 높게 평가되어, 결과적으로 월 지급액을 현재보다 월 4만 원 가량 더 지급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감사원은 초기 보증료 부담은 낮추고 월 지급액은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래 리스크와 제도의 지속 가능성: 주택연금의 딜레마
감사원의 지적은 현재 가입자들의 혜택을 늘리라는 요구이지만, 주택금융공사는 미래의 잠재적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택연금은 주택 가격이 앞으로도 꾸준히 우상향할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처럼 주택 가격이 장기간 정체되거나 하락할 경우, 주택금융공사가 떠안아야 할 손실은 막대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손실은 결국 정부 재정 투입으로 이어지거나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주택금융공사는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증료율을 보수적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주택연금은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공공의 목표와 '재정 건전성 유지'라는 현실적 제약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감사원의 지적을 단순히 주택금융공사의 '과도한 이익'으로만 해석하기보다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세대의 부담까지 함께 고려하는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노년층 인구가 급증하는 한국 사회에서 주택연금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단순히 보증료율을 조정하거나 월 지급액을 늘리는 단기적인 처방을 넘어, 제도의 근본적인 설계와 운영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한국형 주택연금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