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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몰락 시대, 쿠팡과 OTT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독서 현주소

by Factory Boss 2025. 9. 28.

서점 수 62% 급감, 종이책 시대의 쓸쓸한 퇴장

대한민국 서점 산업은 거스를 수 없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최근 서적 도매업체인 북스리브로와 송인서적 등이 연이어 파산하거나 폐업했으며, 서울의 종로서적(2002년 폐업)부터 지역 최대 서점들까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지역 서점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졌습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전국 서점의 수는 약 62%나 급감하여 현재는 2,400여 개만이 남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기간 출판사의 수는 200% 이상 증가하여 8만여 개에 달하지만, 전체 발행되는 책의 부수는 2005년 1억 2천만 권에서 최근 7천만 권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습니다. 이는 시장 규모는 줄어드는데 플레이어만 늘어나 파이를 나눠 먹고 있다는 의미이며, 특히 학습 참고서 등 교재를 제외한 일반 단행본 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서점 산업의 도매업체들이 가장 먼저 쓰러진 것은 출판 유통 과정에서 이들의 마진율이 가장 낮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전통적인 출판 유통 구조 자체가 붕괴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서점의 황금기는 이제 역사 속 이야기로 남게 되었습니다.

 

여가 시간을 삼켜버린 OTT와 SNS의 역습

서점 몰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독자들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1994년 성인 독서율이 86%에 달했지만, 현재는 종이책 독서율이 32%까지 떨어졌습니다. 전자책을 포함해도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 상황입니다.

 

취미 생활 목록에서도 독서는 이미 하위권으로 밀려났습니다. 여가 시간은 늘었지만, 독서 대신 게임, 운동, 그리고 OTT 영상 시청에 할애되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OTT 서비스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증가하면서, 책을 펴서 읽는 행위 자체가 비효율적이고 진중한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깊이 있는 사유보다는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도파민을 선사하는 짧은 영상 콘텐츠(쇼츠)에 더 반응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을 전반적으로 하락시키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결국, 서점 산업의 위기는 종이책을 포함한 활자 콘텐츠 전반이 스마트폰 기반의 시청각 콘텐츠와의 시간 쟁탈전에서 패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6개월 외상에 기대어 버티는 대형 서점의 위험한 민낯

시장의 패러다임은 온라인 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전체 온라인 거래액의 20%를 장악한 쿠팡이 뛰어난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종이책 판매 시장에서 오프라인 강자인 영풍문고를 제치고 4위까지 급부상했습니다. 이제 서점 사업은 누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배송하는가의 싸움이 되었으며, 전통 서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특히 대형 오프라인 서점들은 재무적으로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급자 금융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서점이 출판사에서 책을 가져와 팔고 대금을 지급하는 기간이 교보문고는 3개월, 알라딘은 1개월인 데 반해, 매출 규모가 가장 작은 영풍문고는 182일(6개월)이라는 극단적으로 긴 기간을 두고 대금을 지급해왔습니다. 이 6개월 동안 출판사에 줘야 할 돈(매입 채무)이 수백억 원에 달하며, 서점은 이 돈을 이용해 임대료와 인건비 등 운영 자금을 돌려막는 형태로 영업을 지속하는 구조입니다. 만약 출판사들이 불안감을 느껴 결제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할 것을 요구하는 순간, 영풍문고는 수백억 원의 현금이 단번에 필요해져 곧바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처럼 전통적인 대형 서점들은 낮은 이익률, 높은 임대료/인건비, 그리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외상이라는 삼중고를 겪으며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