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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의 사우디는 왜 생각보다 가난한가?

by Factory Boss 2025. 10. 1.

왕가 중심의 '제왕 국가', 착시 효과에 가려진 진짜 경제력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오일 머니'의 상징이자 거대한 부국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실제와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언더스탠딩 채널에 출연하신 박인식 전문위원님의 분석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돈 많은 북한쯤 된다'는 충격적인 통찰을 제시하며, 우리가 흔히 아는 사우디의 이미지가 상당한 착시 효과를 동반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무함마드 빈 살만'이라는 실질적인 지도자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견제할 세력이나 기구가 없는 '제왕 국가'입니다. 이름에서부터 '빈(Bin)'은 '누구누구의 아들', '빈트(Bint)'는 '누구누구의 딸', '알(Al)'은 '가문'을 의미하며, 이러한 이름 구조를 통해 누가 왕가에 속하고 어떤 계보인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즉, 사우디 국민의 정체성은 이름에서부터 왕가의 신민이라는 인식이 깊게 박혀 있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왕실 중심의 통치 체제는 사우디 경제 규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우리는 흔히 사우디가 엄청난 경제력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GDP는 우리나라의 50% 수준이며, 1인당 GDP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국가 예산과 외환 보유액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의 연 매출이 사우디 전체의 석유 수출 수입보다 많다는 사실은 사우디 경제의 실제 규모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물론 사우디의 부자는 '숨 막힐 정도로' 부자입니다. 장관의 보좌관이 개인 비행기를 소유할 정도이니, 빈부 격차가 극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우디 국민 대다수가 아닌 소수의 왕실과 특권층에 해당하며, 사우디 일반 서민들의 삶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또한 사우디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1,34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대부분 개발도상국 출신 저소득층 싱글 남성)가 하위 노동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사우디 국민의 1인당 소득을 계산할 때는 이들의 존재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즉, 사우디의 경제력은 소수의 부유층과 석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국가 경제의 체질 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허세와 현실 사이: '비전 2030'의 야심과 인력 부족의 그림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6년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을 다각화하겠다는 야심 찬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사우디제이션(Saudization)'이라는 의무 고용 정책과 자국 상품 의무 구매 정책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사우디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냅니다. 의무적으로 자국민을 채용하고 자국 상품을 구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은, 달리 말해 강제하지 않으면 자국민을 고용하거나 자국 상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박인식 전문위원님은 이 모든 정책의 가장 큰 걸림돌이 '사람의 준비 부족'이라고 지적합니다. 사우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취업자 수가 내국인 취업자 수의 세 배에 달하며,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2016년 정책 발표 이후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특히 운전기사나 가정부 등 '도메스틱 워커'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수가 크게 늘어났는데, 이는 여성 운전 허용 등 사회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국민 노동 시장으로의 편입이 원활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사우디의 사회 구조는 '와하비즘'이라는 극단적인 이슬람 보수주의에 깊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이는 여성의 운전 금지(2018년 해제), 종교 경찰의 존재(2016년 해체), 술과 도박 금지 등 사우디 사회의 폐쇄적인 특징을 형성했습니다. 그러나 빈 살만 왕세자는 자신의 개혁 정책, 특히 관광 산업 육성을 위해 '와하비즘'의 종교적 영향력을 부정하고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선지자도 아닌 종교 학자일 뿐'이라며 와하비즘 가문을 폄하하고, 종교 경찰을 해체하는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것입니다. 이는 리츠칼튼 호텔 사건을 통해 왕실 내 반대 세력을 숙청하고, 민심을 얻기 위해 여성과 젊은 층을 공략하는 등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한 정치적 생존 전략의 일환이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여성 운전 허용 외에는 청년 취업률 개선 등 다른 정책들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즉, 사우디의 '비전 2030'은 서류상으로는 화려하지만, 이를 실제로 추진할 자국민 인력의 역량 부족과 사회 구조의 경직성이라는 그림자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네옴 시티'의 꿈과 중동의 새로운 권력 다툼

'네옴 시티'는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을 상징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입니다. 265평방킬로미터(서울의 40배 규모)에 달하는 방대한 부지에 170km 길이의 '더 라인' 도시, '트로제나' 스키 리조트, '신달라' 해양 리조트, '옥사곤' 산업 단지 등이 건설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박인식 전문위원님은 이 프로젝트의 현실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먼저, 네옴 시티는 '무엇을 위한 도시인가'라는 명확한 목적 없이, 단순히 '세계 최고 수준의 삶'이나 '첨단 산업'과 같은 추상적인 키워드만 제시하고 있습니다. 핵심 산업이 부재한 도시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지점입니다. 또한 500미터 높이의 초고층 건물이 170km나 이어진 '더 라인'은 막대한 건설비와 관리비를 요구하며, 사우디의 자국민 중 누가 그곳에서 살 수 있을지 불분명합니다. 결국 이 모든 사업은 외국 자본을 유치하여 운영하는 것을 기본 아이디어로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외국 자본 조달은 극히 미미하며 대부분 국가 재정으로 충당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은 사우디의 개혁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중동의 종교적 대립(시아파 vs 수니파)은 사실상 종교적 이념을 넘어 국가 간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한 권력 다툼이라는 분석입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가자 전쟁과 같은 중동의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면 네옴 시티를 비롯한 자신의 모든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 갈등을 해결하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 왕실 내 세력들을 숙청하고 1인 지배 체제를 강화한 결과, 빈 살만 왕세자의 결정을 견제하거나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을 내부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은 사우디의 미래를 더욱 불확실하게 만듭니다. 국방부는 술탄 가문, 내무부는 나이프 가문 등 왕실 내에서도 권력을 나누어 견제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 사우디는 명실상부한 '무함마드 빈 살만의 세상'이 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사우디는 겉으로는 화려한 비전과 막대한 오일 머니를 내세우지만, 그 안에는 인력의 부재, 경직된 사회 구조, 그리고 1인 지배 체제가 야기하는 불확실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박인식 전문위원님은 사우디가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화려한 인공 구조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자국민을 성실하고 능력 있는 경제 인구로 육성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