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기 어려운 이유
주식시장에서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습니다. 이는 시장이 바닥일 때 매수하고 정점일 때 매도하라는 뜻인데, 실제로 이 단순한 원칙을 실천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 대부분은 주식 가격이 떨어질 때 두려움에 사로잡혀 매도하고, 가격이 치솟을 때 욕심이 생겨 매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하려는 무리 짓는 본능 때문입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이나 기관의 움직임을 좇아 매매하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무리 짓기 심리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가가 폭락하자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서 주식을 헐값에 팔아버렸고, 반대로 2021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을 때는 뒤늦게 진입한 투자자들이 많았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회피하고 안전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모두가 두려워할 때 함께 두려워하고 모두가 낙관적일 때 함께 낙관적이 되는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무리 짓기 심리가 우리의 뇌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는 사회적 배제에 대한 두려움을 신체적 고통과 유사하게 인식합니다. 즉, 집단에서 이탈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 실제 물리적 고통을 느끼는 것과 유사한 신경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이 모두 특정 주식을 사들일 때 홀로 반대 매매를 하기 위해선 상당한 용기와 확신이 필요합니다. 2015년 중국 주식 시장 버블이 절정에 달했을 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소수의 현명한 투자자들은 오히려 매도 포지션을 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폭락 시기에 엄청난 수익을 얻었습니다. 이처럼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러한 무리 짓기 심리를 역이용하는 것이 부의 본능을 깨우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역발상 투자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으며, 대중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고 이에 반하는 포지션을 취함으로써 위대한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부자는 외로운 늑대, 빈자는 무리 짓는 양떼
투자의 세계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이들은 대개 '외로운 늑대'의 면모를 보입니다. 워렌 버핏, 피터 린치, 짐 시몬스와 같은 투자의 신들은 시장의 흐름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확고한 투자 철학을 고수했습니다. 이들이 시장의 광풍이 불 때 오히려 반대로 움직였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는 독립적 사고방식 때문입니다. 워렌 버핏은 1999년 닷컴 버블 당시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지 않아 일시적으로 업계의 비난을 받았지만, 버블이 꺼진 후 그의 선택은 현명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존 템플턴 경(Sir John Templeton)은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때, 모두가 공포에 질려있을 때 오히려 대담하게 주식을 매수했고, 이를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대중과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용기와 독자적인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개미 대장들의 공통점은 남들이 공포에 질릴 때 욕심을 내고, 남들이 욕심을 낼 때 공포를 느끼는 역발상 투자였습니다. 한국의 주식 투자 대가인 최한철 씨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주가가 폭락했을 때 오히려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 엄청난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는 "모두가 절망할 때가 바로 기회"라는 철학을 실천했던 것입니다. 반면, 대다수의 평범한 투자자들은 '양떼' 심리에 빠져 무리를 따라 움직입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사회적 증명(Social Proof)'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참고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투자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2018년 비트코인 광풍이나 2020년 테슬라 주가 폭등 시기에 뒤늦게 합류했다가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사례는 무리 짓는 본능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생생한 예시입니다. 2021년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김치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는 국내 투자자들의 과열된 심리가 만들어낸 특이한 현상으로, 같은 코인이 해외보다 국내에서 최대 50%까지 비싸게 거래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집단 심리의 오류를 피하고 부의 본능을 깨우려면 때로는 고독을 견디며 자신만의 길을 걷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진정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군중 속에서 홀로 서 있을 수 있는 정신적 독립성과 내면의 확신이 필수적입니다.
상대평가 방식이 만들어내는 함정
현대 사회의 많은 평가 시스템은 '상대평가'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의 등수, 회사에서의 실적 순위, 그리고 투자 세계에서의 수익률 비교까지 모두 타인과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상대평가 구조는 자연스럽게 우리를 '남들은 어떻게 하나'에 집중하게 만들고, 결국 무리 짓는 본능을 강화합니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상대평가 방식이 학생들의 내재적 동기를 감소시키고 타인과의 비교에만 몰두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투자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투자 전략과 목표보다 다른 사람들의 수익률이나 투자 방식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이는 인간의 사회적 본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진화적으로 봤을 때 생존을 위해 집단의 행동을 따르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투자 세계에서 이러한 상대평가 심리는 더욱 위험합니다. 친구들이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냉정한 판단 없이 뛰어들게 되고, 주변에서 특정 주식이 오른다는 말만 들어도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무분별하게 투자하게 됩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라는 용어가 유행했는데, 이는 타인과의 비교 심리가 만들어낸 극단적인 투자 행태였습니다. 또한, 2020년 주식시장에서는 '존버(끝까지 버티기)'라는 문화가 형성되었는데, 이 역시 냉정한 판단보다는 집단적 심리에 기반한 투자 전략이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주식 열풍 속에서 실적도 없는 테마주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본 국내 투자자들의 사례는 이러한 함정을 잘 보여줍니다.
상대평가 방식의 또 다른 위험은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펀드 매니저들이 분기별, 연간 실적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들의 보상과 평가가 해당 기간의 상대적 성과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은 "단기적으로 시장은 투표기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시장의 움직임은 대중의 심리에 좌우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내재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진정한 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절대적인 가치 기준을 세우고, 이에 따라 일관된 투자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투자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철학과도 연결됩니다. 자신만의 가치 기준과 판단력을 가진 사람만이 시장의 비이성적 움직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기의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든, 그 바람에 휩쓸리지 않는 단단한 나만의 투자 철학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것이 바로 부의 본능을 깨우는 핵심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