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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어드 머니 : 돈이 진화한다] 3부 - 연준의 달러 피라미드 분석

by Factory Boss 2025. 4. 1.

중앙은행 화폐와 상업은행 화폐의 공존

닉 바티아는 『레이어드 머니』에서 현대 화폐 시스템을 계층적 구조로 설명하면서, 특히 연준(Fed)을 중심으로 한 달러 피라미드의 구조를 상세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연준의 달러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중앙은행 화폐와 상업은행 화폐라는 두 가지 형태의 화폐가 공존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중앙은행 화폐는 지폐나 동전과 같은 실물 화폐와 연준에 예치된 지급준비금으로 구성되며, 상업은행 화폐는 은행 예금 형태로 존재합니다. 이 두 화폐는 겉보기에는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나, 실제로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피라미드의 위계 구조에서 다른 층위에 위치합니다. 바티아는 이러한 계층 구조가 단순한 이론적 개념이 아니라 실제 금융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중앙은행 화폐가 피라미드의 기반을 형성하며, 그 위에 상업은행 화폐가 쌓이는 구조입니다. 중요한 것은 평상시에는 이 두 형태의 화폐가 원활하게 교환되면서 마치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처럼 작동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그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시스템이 평소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취약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 화폐의 계층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당시 많은 금융기관들이 단기 자금 조달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위기 상황에서 이 자금원이 고갈되면서 상업은행 화폐에서 중앙은행 화폐로의 전환 요구가 급증했고, 연준은 대규모 유동성 공급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마치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빙산의 수면 아래 부분이 갑자기 드러난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은행 예금이라는 화폐가 실제로는 중앙은행 화폐에 의해 뒷받침되는 약속에 불과하다는 현실이 극명하게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지급준비금과 화폐 승수의 허상

바티아가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지급준비금'과 '화폐 승수'에 관한 오해입니다. 전통적인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은행이 보유한 지급준비금을 기반으로 대출을 통해 새로운 화폐를 창출하는 '화폐 승수' 개념을 설명하곤 합니다. 그러나 바티아는 이것이 현실과 크게 괴리된 관점이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은행들은 먼저 대출을 실행하고 나서 필요한 지급준비금을 나중에 조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는 화폐 창출의 주도권이 중앙은행보다 상업은행에 더 많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현실은 교과서적인 통화정책의 효과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연준이 지급준비율을 조정하거나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업은행의 대출 의사결정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바티아는 이를 '내생적 화폐 창출'이라고 부르며, 중앙은행의 통제력이 생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더구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금융혁신으로 인해 은행들의 자금 조달 방식이 다양화되면서,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연준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실시했을 때, 이러한 메커니즘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몸소 체험했다고 생각합니다. 시중에 유동성은 넘쳐났지만, 그것이 반드시 실물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았던 이유도 이 계층 구조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연준이 대규모로 자산을 매입하고 은행에 지급준비금을 공급했음에도, 많은 은행들이 이를 대출 확대로 연결시키지 않고 초과지급준비금 형태로 보유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바티아가 주장하는 것처럼, 화폐 창출이 중앙은행의 의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업은행의 대출 의사결정에 크게 의존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달러 시스템의 내재적 불안정성

닉 바티아는 달러 피라미드의 구조적 취약성이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적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연준이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며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지만, 상업은행 화폐와 중앙은행 화폐 간의 전환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경우 전체 시스템이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는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이 상업은행 화폐보다 중앙은행 화폐를 선호하게 되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지적하며, 이것이 시스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바티아는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현대 화폐 시스템 자체에 내재된 본질적인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과거 금본위제 시대에는 화폐가 금이라는 실물자산에 의해 뒷받침되었지만, 1971년 닉슨 대통령이 달러와 금의 교환성을 공식적으로 중단한 이후, 현대 화폐는 신뢰에 기반한 시스템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 신뢰는 중앙은행의 건전한 통화정책과 정부의 재정 책임성, 그리고 금융기관의 안정성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요소들이 항상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중앙은행의 과도한 통화 공급,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 추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화폐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분석이 현재 미국의 국가 부채 상황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국가 부채가 GDP의 130%를 넘어서고,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전례 없이 확대된 현 상황에서 달러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비트코인과 같은 대안 화폐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도 결국 이러한 달러 시스템의 내재적 불안정성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존 화폐 시스템에 대한 보험 성격으로 암호화폐를 보유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바티아의 분석이 현실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달러 피라미드의 구조적 문제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며,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의 취약성을 인식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단지 학문적 관심사가 아니라 우리의 금융 자산과 경제적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