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형 임대주택의 필요성 : 불안정한 전월세 시장의 대안
오늘날 한국의 주거 시장은 개인 임대인 중심의 전월세 시스템으로 인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언더스탠딩 채널에 출연하신 장순원 기자님의 분석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기업형 임대주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약 2천만 호의 주택이 있으며, 이 중 약 40%(850만 호)가 임대 주택입니다. 그러나 이 중 공공 임대는 200만 호 미만이고, 민간 임대는 650만 호에 달하지만 거의 대부분 개인 임대인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운영하는 임대 주택은 34만 호에 불과하며, 이 중 정부 지원을 받는 공공지원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는 약 10만 호 수준입니다.
개인 임대인 중심의 시장은 단기 계약으로 인한 잦은 이사, 주거 품질의 불안정성, 그리고 전월세 가격의 급격한 변동성이라는 단점을 지닙니다. 특히 2022~2023년의 전세 사기 사태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전세 가격이 하락하자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세입자들이 큰 피해를 입는 사례가 속출한 것입니다. 이러한 시장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는 기업형 임대주택의 확대를 모색해왔습니다. 기업은 개인 임대인보다 재고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예측 가능한 임대료 정책을 통해 시장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 특히 미국과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대규모 임대 주택을 공급하며 주거 시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아파트먼트 단지나 일본의 50~60%에 달하는 기업형 임대 주택 비중은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기업형 임대 주택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임대 수익률과 정부 정책의 잦은 변화였습니다. 월세 수익률이 다른 선진국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기업들이 투자에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측 불가능한 규제가 도입되면서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뉴스테이의 딜레마 :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의 줄다리기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에 도입된 뉴스테이 사업은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한 대표적인 정책이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중산층의 전세난을 해소하고 기업의 임대 시장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초기 임대료와 입주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고 분양 전환 의무도 없앴습니다. 대신 주택도시기금의 출자 및 융자,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여 기업의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월세 100만원이 넘는 정부 지원 아파트', '유주택자도 입주하는 특혜'라는 비판에 직면하며 문재인 정부 들어 규제가 강화되었습니다.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80~95% 수준으로 낮추고, 무주택자에게만 입주 자격을 부여하는 등 공공성을 강화한 것입니다. 이러한 잦은 정책 변화는 기업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로 작용하며 신규 투자를 위축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현재 2015년에 시행된 뉴스테이 사업장들의 의무 임대 기간(8~10년)이 만료되면서 대혼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위례신도시의 '이편한세상 테라스 위례'와 같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은 그동안 주변 아파트 시세가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매각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입니다. 리츠(REITs) 운용사들은 매각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려 하지만, 세입자들은 기존 주택법상 주어지는 우선 분양권이 뉴스테이에는 적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 전환을 요구하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기존 세입자에게 우선 매각권을 주고 감정평가액과 입주 시 가격의 산술평균으로 가격을 책정하자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개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뉴스테이 사업의 최대 주주인 주택도시기금(허그)이 공공성을 지닌 기관인 만큼, 민간 투자자들의 수익을 일정 부분 양보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루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는 10년 가까이 투자한 자본에 대한 적정한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이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의 줄다리기가 어떻게 결론 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한국형 기업형 임대주택의 미래 : 정책 일관성과 시장 자율성의 조화
뉴스테이 만기 논란은 한국형 기업형 임대주택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중요한 과제를 던져줍니다.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의도와 기업의 수익성 추구라는 본연의 목적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장순원 기자님은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10년에서 20년 이상 장기적으로 운영되는 임대주택 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널뛰기하는 것은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최소 10~15년 이상의 일관된 정책 방향을 가지고 기업들이 리스크를 관리하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또한, 공공의 지원이 들어가는 임대주택이라고 할지라도, 주변 시세와 동떨어진 과도한 임대료 규제는 지양해야 합니다. 양질의 기업형 임대주택이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면, 이는 기존의 노후화된 주택들과의 경쟁을 통해 시장 전체의 임대료를 안정시키고 주거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LH가 단순히 '월세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갇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료를 책정하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양질의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합당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용인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이는 결국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입니다. 즉, 공공이 모든 것을 담당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민간의 자본과 효율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공공성을 놓치지 않는 현명한 정책 디자인이 한국 주거 시장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기업형 임대주택이 안정적인 주거 공급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명확한 원칙과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